1.
2012년 4월, 딴지일보는 정보 통신망 이용 촉진 어쩌구 법으로 실명제 적용 대상이 된다.
 
일평균 방문자 10만 이상이라는 것이 이유인데 진짜 이유는 당시 방통위가 ‘나꼼수 별로 마음에 안드네’, 라 생각해 조진 걸로, 나는 생각한다.
 
마음에 안 드는 건 쌍방향이니 할 수 없다.
 
2.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을 한다. 2007년 도입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던 법이 나가리된 게다.
 
하긴, 방통위 정도가 거대 메이저 언론사를 이길 수 없는 법… 이라 생각했는데… 응? 선거법은 또 적용이 다르댄다.
 
?!?
 
인터넷 실명제는 위헌인데 선거기간에만 합헌이라고?
 
뭔 소리야 이게.
 
3.
김어준 총수는 이 법조항이 위헌이다!, 라고 분연히 일어나 2013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최 대표, 그리고 네티즌 2인과 함께.
 
허나 2015년 7월, 헌법재판소로부터 ‘그거 위헌 아니거든?!’ 이라고 퇴짜를 맞는다.
 
4.
이 말의 뜻은 딴지일보는 선거기간에 실명제를 안하니까, 니네는 법을 어기니까, 계속 벌금을 내란 소리다. 몇 천 만원이 들든, 돈을 들여 회원정보를 다시 수정할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문 닫으란 소리다.이번에 서울 시장 선거 때도 벌금내란 소리다. 이 범죄자 집단 녀석들, 철퇴를 맞아라...!?
 
천만 원, 이천만 원, 삼 천만 원, 사 천만 원…. 이제 몇 천만 원인 지도 모르겠다.
 
선거 기간 실명제는 언뜻 들으면 합리적 주장인 듯 하나 실은 명예훼손죄, 후보자 비방죄 등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인을 조질 수 있는 근거가 많다.
 
결국 수사 편의와 선거 관리 효율성을 이유로 유권자 개개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게다.
 
허나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과 현실은 다른 문제다. 그 어마어마한 벌금에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 때리는 액수가 어마어마해지니 다들 하나씩 손을 뗐다.
 
김어준 총수는 ㅆㅂ, 하고 내지마!, 했다. 그냥 계속 이의제기하라 했다.
 
나는 회사 철학에 따라 매번,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내가 적었으니 범우주적 논리와 강철도 녹이는 감성의 결합체로 누가봐도 명문장이었으나....
 
법적으론 아무 효력이 없었다…
 
5.
이 바보같은 일을 선거 때마다 안하는 방법이 없을까.
 
또 벌금이 날아와, 그지같네, 하던 어느날, 자유게시판에 관련 공지도 쓰고 투덜거리고 있던 어느날, 그걸 옆에서 본 헤르메스 아이님이 말했다.
 
‘되는데요?’
 
6.
헤르메스 아이님의 전략은 이렇다.
 
위헌제청을 해야 위헌소원을 할 수 있으니, 위헌제청은 안되는 줄 알지만 일단 고, 이후에 헌재에서 위헌소원으로 위헌 받아내는 걸로.
 
... ...
 
이거 약간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려면 일단 국대 뽑혀야 되니까 거기 일단 뽑히고 올림픽 나가서 1등하면 금메달 고고, 이런 느낌?
 
말은, 쉽다.
 
문제는 법원에서 위헌제청을 받아줄 확률은 1%도 안 된다는 게다.
 
그 1%를 뚫자고?
 
7.
헤르메스 아이님도 법조계로 빠삭한 분이긴하나 ‘쯩’이 있는 변호사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몇 번이고 전략을 확인하고 방법을 되물었다.
 
헤르메스 아이님의 답은 같았다.
 
‘되는데요?’
 
잘 쓸 자신이 있으니 해보자 한다. 이 무슨 어마어마한 근자감인가.
 
헌재를 상대로?
 
법으로 논리를 다퉈본다?
 
8.
약 4년 전으로 기억한다. 헤르메스 아이님과 소상히 얘기한 뒤, 회의 때 김어준 총수에게 이거 한 번 진행해보겠습니다, 하니 쿨하게
 
‘그래라’
 
했다.
 
어차피 지난 헌법소원으로 그의 철학은 잘 알고 있겠다, ‘그래라’ 라는 건 계속 벌금 내면서 대표 본인 이름으로 재판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니 실제 그렇게 했다(난 책임을 안 져도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 사이, 1%도 안 되는 확률을 통과한다.
 
법원에서 위헌제청을 받아 준 게다.
 
해서, 변호사를 살 필요도 없이 바로 헌재로 직행하고, 사이 사이 과태료 통지서가 날아오면 또 위헌 제청하고 또 이의제기하고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4년이다.
 
9.
오늘 헤르메스 아이님과 헌법재판소에서 선고를 들었다. 마침 공수처 선고도 있어 기자가 많이 몰렸다.
 
우리 차례가 오자 귀를 기울였다.
 
‘위헌!’
 
10.
헤르메스 아이님이 몇 날 며칠 밤을 새며 쓴 문장들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입에서 나온다. 짜잘한 헌법불합치 없이 제기한 것들 모두 위헌이다.
 
선거기간 실명제, 이제 안해도 된다는 뜻이다. 벌금, 안내도 된다는 뜻이다.
 
우리 만의 일이 아닌, 그동안 쫄아서, 또는 벌금을 무지 때려서 위축되어 결국 이 길을 포기한 모든 이들의 선물이다.
 
우리가 제기한 말이 맞으니,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지말라고 헌재가 확인해 준 게다.
 
이제 아래 법들을 싸그리 고쳐야 한다.
 
11.
나 또한 이 일을 진행하며 많은 변호사에게 물어보았지만 크게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됐다니, 신기하다. 우리가 이걸 한 거야? 헌법재판소 재판관 입에서 ‘위헌’이란 말이 나올 때의 쾌락이란.
 
모든 전략을 세우며 밤새 일해준 헤르메스 아이님이 고맙고 꼼꼼하게 손봐준 김광재 변호사님이 고맙다.
 
김어준이 쏘아올린 작은공이 여기까지 왔다.
 
이 자유는 이제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게 된다.
 
 
추신: 관련 기사는 헤르메스 아이님의 기사로, 내일 나갑니다.
 
추신2: 기사 - 승전보고문: 딴지일보가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위헌을 받아내기까지

 

 

기사 - 승전보고문: 딴지일보가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위헌을 받아내기까지

헌재에 역사적 결정이 있었다 어제 28일, 헌법재판소에선 공수처 합헌 외에 판례로 길이 남을 역사적 결정 하나가 있었다.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실시를 강제하는 공직선거법 관련 법령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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