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다. 단 것이 당긴다. 아이스크림 사러 편의점에 간다.

돌아오는 길.

 

검은 운동화, 진갈색 골덴바지, 우스꽝스러워 보일 만큼 도타운 초록색 잠바, 검은 마스크에 검은 귀마개, 녹색 모자 쓴 사람이 아파트 현관에 있다. 함께 들어간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그는 신문 한 움큼 끼고 있다.

먼저 걸어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얼굴을 본다. 마스크와 모자 틈 사이, 김 서린 금테 안경이 있다. 그 뒤에 노인이 있다. 나는 나의 집 층을, 노인은 맨 윗층을 누른다.

노인은 쭈그려 앉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국경제와 조선일보를 따로 놓고 한부씩 반으로 접고 쌓아 올린다. 

대부분 인간이 그렇듯 나 또한 20년 넘게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따위의 생각을 반복한다.

때때로 마주치는 장면 속, 생각만으로 이룰 수 없는 그 답의 작은 조각이 있다.

 

 

2016. 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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