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 선생은 6·25 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반국가단체 결성 및 내란 음모죄라는 죄명의 굴레로 평생 고생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6년 후인 2011년, 아들 김광호가 국가로부터 무죄를 받아냈다. 역시 평생에 걸친 일이었다.

김영욱 선생은 나의 꼬꼬마 시절, 방과후 가정교사였다. 이불 속에서 끝도 없이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해주었다. 숯불에 군밤을 구워주면 호호 불어먹는 손자의 모습을 좋아했다.

두 사람의 이름 뒤로, 정치범으로 도망다니던 젊은 조부와, 함께 도망다니던 초딩 시절의 아버지 모습이 보인다. 홀로 자식들 키워내다 힘들어 자살까지 생각했던 젊은 조모와 그 조모와 친어머니처럼 지내는 어머니 모습이 보인다.

동국대 경주 캠퍼스의 "해정 김영욱 선생 스터디룸"을 이용하는 학생 대부분은 그의 삶을 모르겠으나 손자인 내게는 뜻이 깊다. 

20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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