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딴지사옥 앞, 2017년 1월 31일부터 보수단체 집회와 기자회견이 며칠 째 이어지고 있다. 


1.
오늘 저녁이다. 사옥 1층 앞, 곱게 차려입은 6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여성 한 분이 관리인 분에게 계속 말을 건다.

"저 그림(더러운 잠)이 걸려 있는 게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

"대통령을 저렇게 조롱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냐고. 니 부인도 저렇게 발가벗겨 놓을까"

"......"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 아냐? 여기 다 빨갱이들이네"

관리인 아저씨는 등을 돌려 나를 본다. 60대 중반의 여성은 계속 소리 지른다.


2.
인간에게 마음의 접점이 생겨 우와, 하고 기분이 좋아져 버리는 발화점이 있다면, 오랜 친구는 +55에서 시작한다. 어린이가 +35 정도, 제법 나이차가 많이 나는 사람들, 그러니까 흔히 사회에서 '노인' 혹은 '어르신'이라 일컬어지는 사람은 +27 쯤이다. 대부분은 역시나, 0이 시작이다.

조부, 조모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탓인가 제법 나이차가 많은 이들에겐 디폴트인 좋은 감정이 있다. 그분들에게 꽤나 귀여움을 받고 자랐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3.
최근 사옥 앞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온다. 간다. 2층에서 바라보면 감정이 온다. 감정이 많이 왔다, 많이 간다. 이것저것 남는다.

이쁜 사람들이었겠지, 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겐 여전히 이쁜 사람일 거야, 라 생각한다.

저기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는 사람 중, 어떤 부분은 나보다 훨씬 굉장한 지식을, 어떤 부분은 나보다 훨씬 아름다운 마음을, 또 어떤 이는 나보다 훨씬 사람을 아끼는 부분을 가졌을 것이다. 아니, 반드시 있다.

저 행동으로 그들을 평가할 수 없다. 돈을 받고 나왔다든가, 꼴통이라든가, 보수의 수준이 저렇다든가, 하는 마음은, 적어도 나는, 품을 수 없다.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17.0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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