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이스북 친구. 흔히 줄여 '페친'. 내겐 아직 어색한 말이지만, 어쨌든 이상한 사람이 많다. 자아의 한 귀퉁이에 팽이버섯이 난 느낌이랄까. 대부분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람들이지만, 그렇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조금 이상한 사람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질적인 문화에서 영감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2.
허나 거리감이 있을 때나 좋은 것이다. 이국의 한 여행길, 길거리에서 우연히 나눈 한 노인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받거나 영감을 받은 듯한 착각만 느끼고 싶지, 굳이 노인과 살면서 이것저것 다 보고 싶지는 않은 것과 같다. 

야쿠자 영화를 좋아한다고 실제 야쿠자랑 사는 건 곤란한 것처럼.

3.
나의 페북에는 이상한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다. 제법 있다. 몇몇 팟캐스트의 영향인지 내게 그런 기운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전생에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게다가 점점 많아진다. 곤란하다.

예를 들어,

"저는 오늘 이런 것을 먹었습니다. 맛이 아주 좋았지요. 그리고 조금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으쓱으쓱)" 정도의 느낌으로 사진을 올리면 보통 "오오!! 짱맛짱맛", "부럽부럽", "어딥니까!?" 같은 댓글을 다는 게 매너다. 올바른 사회관계의 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것으로 너덜너덜한 자존감이나, 거의 없는 자신감이나, 채워지지 않는 허영의 한 귀퉁이를 마음껏 채우고 싶은 사치를, 나도 이따금 누리고 싶은 것이다.

4.
현실은 전혀 다르다.

달리는 댓글은 '역시 죽돌은 악마의 음식을 먹는군요', 라든가, '김창규 기자 죽어버려'라든가, '저것은 콜롬비아 북쪽에서 제조된 마약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신종 마약의 한 종류로 학술적인 명칭은 아딸라 깜빠뉴이며 영국에서 유래했지요', 라든가, '사릉훼, 사릉훼, 뭔지 모르지만 사릉훼'라든가, '저는 고구마를 팔고 있습니다만 이것이 철학적으로 고구마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지요', 같은 느낌의 댓글이 달린다.

특정인을 지정하는 건 그래서 조금 수정했지만 실제 전부 달린 댓글들이다. 

... ...

이런 경험을 오래 하면 '모조리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이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에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 

5.
가끔은 "우와.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이렇게 함부로 하다니! 도대체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얼마나 강한 건가!" 하고 조금 대단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있다. 나는 그렇게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페이스북이든 페이스북 친구든, 죄다 엉망진창이다, 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

오늘도 이래저래 의미 없는 새벽 3시 24분의 잡담이다. 새벽에는 베프(라고 할까 결혼할 사람이라고 할까 어쨌든)가 깨어있지 않기에 이래저래 아무 글이나 쓰고 싶어 지게 된다.

2017. 0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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