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재우.

한 동네에서 자라 초중고를 같이 나왔다. 꼬맹이 때부터 인격이 그다지 좋지 않은 데다 가출도 밥 먹듯이 해 내 자취방에 숨어 곤란한 적이 많았다.  

수능 하루 전날 밤, 교과서를 빌리러 온 친구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 친구의 이야기다.

"내일 수능인데 뭐할라고?"

"그래도 한 번은 보고 치야지"

......

그날의 대화는 확실히, 임팩트가 있다. 나도 별 다를 바 없지만 어쨌든 그림이라는 재능에 반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끊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어릴 적 친구란 어쩔 수 없는 면이 존재한다. 

2.
정인영.

2년 넘게 함께 잡지를 만들며 같이 호흡을 맞추어 왔기에 이번에도 부탁했다. 전체적인 디자인과 제작을 맡았다. 

종이의 질감이나 두께, 폰트를 보는 안목이 남다르다. 언젠가, 이 사람과 매우 개인적인 책을 만들고 싶다. 나이는 나보다 많지만 철들어 사귄 훌륭한 친구라 생각하고 있다.

3.
카피는 내가 썼다. 카피를 쓰거나 제목을 붙이는 것이 주 업무 중 하나인데 이번엔 조금 고민했다.

결과물은 어쨌든, 아래와 같다.



4.
나와 결혼하는 사람은 조금 이상하다. 기회가 되면 이래저래 어떤 사람인지 적고 싶지만 역시나 발효형 인간인지라 아껴두고 있다. 그래도, 역시, 이상한 사람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나의 경우, 딱히 돈을 잘 벌거나, 돈을 잘 벌 가능성도 없는 데다, 살가운 편도 아니고, 대인관계도 그다지 넓지 않은 데다, 미래는 고사하고 당장 오늘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직업이지만 이래저래 잘 부탁드린다, 는 마음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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