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은 달라서 원하는 것도 다르다. 욕망엔 단계가 있고 본질적인 것으로 귀결되겠지만 그 사이에 다양한 형태가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출세를, 누군가는 재물을, 누군가는 명예를, 누군가는 나의 욕(악플쟁이들은 참고하세요)을 원한다. 출세를 원하는 사람이 출세에 재능이 없으면 불행하다. 재물을 원하는 사람이 재물에 재능이 없으면 불행하다.

2.
나로선 두가지 욕망이 있다.

하나는 아부나이 어쩌구하는 교육방송 등장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끝난 지 제법 되었는데 방송에 등장하는 몇몇 악인 탓에 허구의 이미지가 생겨버려 고생이 굉장하다. 

내가 기획한 것이긴 하지만 한국 정치사를 볼 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남 탓인 것이다.

3.
다만 하나는 성공했다, 라고 할 수 있는데 고고한 득템인의 삶이다.

옷, 차, 시계, 보석, 등 일반적 사치품이라 불리는 물건엔 관심이 없다. 재미있는 물건이야말로 스으으으윽, 하고 다가온다.

시애틀-알래스카-비버마을-벤쿠버로 마감한 이번 여행에서 오오오오오옷, 하며 돈을 쓸 수밖에 없었던 건 닉슨 탄핵 직후의 뉴스위크지, 스타트렉 기념우표, 70년대 플레이보이지, 그리고 캐나다 기념주화 등이다. 북극권 앞에 위치한 비버 마을의 눈도 퍼 왔다. 마음속의 분류표로 정리하면 모조리 B급 이상은 되는 것들이다.

4.
오랜 기간 지낸 사람들은 이러한 성향을 알아준다. 

쓸모는 없지만 내게는 가치있는 물건을 제법 모았다. 직접 그린 기묘한 그림, 몇 백 년 전의 귀금속 틀, 오래전 은행에서 쓰던 지폐계수기, 의사들이 특수한 상황에서 쓰는 도구, 요상한 탄피, 국외 비행사의 기내 식단표 같은 것들이다. 이런 건 확실히 우왓, 하는 재미가 있다.

보기 힘든 다른 세계의 물건이 주는 박력은 다르다. 보고 있으면 으흐, 으흐흐흐하고 재미가 나서 물욕이 샘솟는다.

-

다들 숨기고 있지만 세상엔 의외로 나같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세상은 개성이 다양해야 재미있는 것이다.  

추신 : 사진은 이번 여행에서 이래저래 사 온 물건을 찍어 보았다. 2/3는 내 것이 아니지만.

201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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