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는 내 성격 - 8점
오카다 타카시 지음, 유인경 옮김/모멘토



타인의 시선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고, 인간관계에 필요이상으로 신경을 쓰게 만드는 사회구조를 가진 일본에서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는 듯하다. 해서 서비스 업계에서 세계최고를 자랑하는지도 모르겠다.

책 껍데기는 초등학생 교양도서같이 보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그러고 보니 요즘 초등학생 교양도서 되게 재미있다. 초등학생들 제대로 놀 시간도 없이 학원 다니는 건 불쌍하지만, 재밌는 책이 많이 나오는 건 부럽다.)



35. 나만 모르는 내 성격 / 오카다 타카시 지음, 유인경 옮김, 장근영 감수·그림 / 모멘토

 

 실제로 경계성 성격장애가 치유된 경우를 살펴보면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해 온 사람이 가까이에 있었다. 당사자 기분에 장단 맞추거나 갈팡질팡하지 않고 냉정한 눈으로 느긋하게 지켜주는 존재가 중요하다. 이런 경우의 외래 환자를 추적 조사해 보니 십 년쯤 지나자 약 과반수가 장애를 극복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주위 사람이 환자에게 부화뇌동했다가 증상의 정도에 따라 태도가 자주 바뀐 경우에는 환자가 일시적으로 나아졌어도 나중에 그 증상이 다시 나타나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일관된 태도를 언제까지 유지하느냐가 치료의 관건이다.

 

 

 자기애성 성격자의 첫인상은 상당히 매력적이라 호감을 줄 때가 많다. 그러나 사귀다 보면 제멋대로이며 이기적이어서 놀라거나 실망할 때가 많다.

 이런 유형은 대인관계에서 칭찬만 해 주는 사람들이나 현실적인 면에서 무능한 자기를 돌봐 주며 여러 가지 현실 문제를 자기 대신 처리해 줄 사람만을 찾는다. 전자의 경우에는 손님으로 대해 그들을 매료하지만, 후자의 경우처럼 의존 대상이 되면 자기의 하인이나 몸종 부리듯이 태도가 돌변한다. 어쨌든 전자든 후자든 간에 이용가치가 있을 때는 관계가 유지되지만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휴지조각처럼 가차 없이 버린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자가 생각하는 타인이란 특별한 존재인 자기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봉사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자기애성 성격자가 지니는 오만함, 자신이 위대하다는 생각,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은 창조적인 작업을 할 때 대단한 능력을 보인다. 과도한 자신감으로 아무도 이룩하지 못할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아티스트나 예술가에게 이런 특성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주위의 평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타협해서 작품활동에 지장을 받게 되면 불후의 명작은 절대로 탄생하지 못한다.

 바꿔 말하면 뛰어난 창작물 속에는 마음속의 치유될 수 없는 고독이 내재되어 있다.

 많은 아티스트는 사랑에 실패한 상처를 극도로 섬세한 감성과 표현력으로 그려낸다. 그들이 아무런 어려움도 겪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면 일류 아티스트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뛰어난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상처받은 자기애와 그 상처를 보상받을 수 있는 뛰어난 재능이 필수적이다.

 

 

 브랜도는 자기의 모방하는 재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어린 시절 누구한테도 사랑받지 못하고 어울리지 못하면 그 사람은 자기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와 같은 아이는 대개 주변 사람을 표본으로 삼는다. 남을 관찰하는 법을 배우고 그의 말투나 사고방식을 살펴 자기방어를 위해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흉내낸다. 왜냐하면 사람은 타인의 행위에서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배우가 된 나의 내면에는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연기력이 이미 갖추어져 있었다고 할 수 있다.”(『엄마가 가르쳐준 노래들 Songs My Mother Taught Me』제 3)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자에게 모두 나타나지는 않지만 종종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거짓말을 진실처럼 말한다. 그러나 반사회성 성격장애자의 거짓말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반사회성 성격장애자의 거짓말은 상대를 속이고 이용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에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자의 거짓말은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해서 주목과 관심을 얻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거나, 아니면 동경하던 주인공을 자기와 일치시켜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맛보기 위함이다.

 

 

 망상형 성격장애자와 사귈 때 중요한 점은 너무 친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친해져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한다.

 친해져 마음을 터놓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큰 재앙이 뒤따른다.

 이 유형은 괸장히 활동적이라 의지가 되고, 처음에는 기꺼이 도와주므로 상대방이 자신도 모르게 기댈 때가 많다.

 그러나 깊이 사귈수록 반대로 망상성 성격장애자가 상대에게 정신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한다. 그 자신이 너무나 고독하기 때문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믿지 못하므로 중립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오히려 마음을 허락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친밀해지거나 개인적 교제로 발전시키려 들면 나중에 터무니없는 앙갚음을 당할 때가 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도 자기에게 불리한 일이 발생하는 순간 밀월관계였던 사이는 끝장이 나고 시기와 의심, 분노의 나날이 찾아온다.

 이 유형을 대할 때 중요한 점은 깊은 감정이입을 피하는 일이다. 친밀하게 대하면 상대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 역설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즉 남은 믿을 수 없다는 그의 확신을 반증이라도 해보란 듯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 이를 거부하면 배신으로 간주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을 허락했던 자기가 마치 사기라도 당한 것처럼 느껴 격렬한 분노로 복수심을 불태운다.

 이쪽은 그럴 마음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연인으로 착각해서는 육체관계나 결혼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를 거절하면 시기심과 굴욕감으로 어찌할 바를 모른다.

 

 

 혼자 있을 때는 듬직하고 유순한 아이이지만 주변에 나쁜 친구가 있으면 금방 동화된다. 자기의 주체적인 사고나 의지라는 것이 전혀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에게 빌붙어서 간접적으로 자기주장을 한다. 버팀목이 되는 선배가 그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선배의 힘을 빌려서 자기가 위대해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런 유형의 청소년 비행은 부모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립하려는 몸짓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이는 자립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의존일 뿐이다. 이런 점이 개선되지 않는 한 부모는 경찰서에 끌려가 그 뒤치다꺼리만 할 뿐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되면 똑 같은 일이 반복된다.

 약물이나 술에 빠지기 쉽고 거기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한다. 자신의 의지가 나약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대체 환경적 요인이란 무엇일까?

 어린아이가 느끼는 환경은 어른이 느끼는 환경과 아주 다르다.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유복하거나 크고 멋진 집에서 산다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린아이들은 물질적인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응을 대체로 잘한다. 어린아이에게 중요한 환경이란 말할 것도 없이 애정과 보호다. 애정과 보호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무조건적으로 지켜지는 존재이며 자기보다 큰 존재에 완전히 밀착되어 있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체득한다. 성격 형성의 가장 근간이 되는 이 과정은 약 두 살까지 이어진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자기의 어린 시절을 되새겨보면 알 수 있다. “엄마, 여기 좀 봐라며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했던 자기 자신을 회상할 수 있다. 또 신과도 같은 존재였던 부모가 언제부턴가 퇴색되고 현실적인 크기로 축소되어 부모로부터 칭찬받는다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어 버린 가벼운 실망의 과정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이것이 자기애의 성숙 과정이다. 성인이 되어서 부모를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여긴다든지 칭찬받기를 원한다면 그 이행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문장수집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로, 발췌내용은 책or영상의 본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발췌기준 또한 상당히 제 멋대로여서 지식이 기준일 때가 있는가 하면, 감동이 기준일 때가 있고, 단순히 문장의 맛깔스러움이 좋아 발췌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당신의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독수리 타법에도 불구하고 떠듬떠듬 타자를 쳐서 간직하려는 한 청년을 상상해 주시길.

발췌 : 죽지 않는 돌고래 
타자 노가다 : Sweet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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