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몸에 달라 붙었다고 해도 좋을 일상 루틴 중 하나는 ‘청소 후 목욕’이다.
금년은 야근이 잦은 관계로 가족이 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퇴근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초벌 설거지를 한 후, 식세기에 넣고 버튼을 누른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딴짓을 하지 않고 초벌 설거지를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손을 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 무지 게으른 주제에 이런 효율은 중요시 한답니다)
이후 식탁 위를 정리하고 한 번 닦은 다음(아이가 있는 집의 식탁은 언제나 난장판), 욕조로 가 물을 틀어 놓고 칫솔 위에 치약을 묻혀 놓은 후, 청소기를 돌린다.
모든 바닥을 청소기로 돌린 다음 한 번에 닦을 때도 있고 부엌, 거실, 방순으로 잘라 하나하나 구획순으로 청소기를 돌리고 닦을 때도 있다. 피곤할 때는 구획별로 잘라서 돌리고 닦고, 힘이 남을 때는 한 번에 다 돌린 다음 닦는다.
인간 심리 때문인지 에너지가 좀 떨어질 때는 구획별로 잘라서 해결하는 것이 좀 더 손쉬운 느낌이다.
참고로 바닥을 닦을 때는 아주 옅은 농도의 치아염소산 나트륨 수용액으로 구석구석 닦는다.
깨끗해진 거실과 방을 본다. 상큼하다.
보통 이쯤되면 욕조에 물이 차 있고 가볍게 땀이 흐르고 난 뒤라 더욱 기분 좋게 목욕을 할 수 있다. 이미 치약까지 다 묻혀 놓았기 때문에 치약을 짤 수고조차 필요 없다.
2.
빨랫감이 여기저기 있을 때는 중간에 세탁 과정이 들어가는데 여름에는 빨래를 돌려도 냄새가 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는 섬유 유연제를 넣는 칸에 구연산 한 스푼을 넣으면 된다.
(지난 몇년간 느낀 건데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만 있으면 집청소 단위의 문제는 대부분 해결됩니다. 언젠가 화학을 이용한 청소책을 쓰고 싶었는데 과연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이 이미 있었고 최근엔 한국인 교수님이 또 좋은 책을 냈습니다)
처음엔 조금 귀찮았으나 지난 몇년간 이런 루틴을 기계처럼 하다보니 이것이 일종의 기분 좋은 수행처럼 느껴진다.
3.
일전에 김영식 작가님의 “시골 농부의 깨달음 수업”이란 책에 대해 짧게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이 책은 어렴풋이 평생 쫓던, 하지만 흐릿하게만 느꼈던 지점을 선명하게 해준 점에서 내게는 일생일대의 책이다. 주요 포인트는 ‘생각을 날린다‘ 혹은 ’끊는다‘는 점이다(이 지점을 아주 현대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욕조에 몸을 담그는 행위를 좋아한 이유, 그리고 쵸콜렛에 대한 집착 등은 아마도 그 순간에 ‘생각을 날린다’가 (나도 몰랐던)포인트가 아닌가 하는데 이제는 청소 행위가 그러하다.
청소를 하는 동안은 생각, 즉, 지긋지긋한 자아란 녀석이 날아가고 나는 마치 기계처럼 움직인다. 이게 좋다. 습관이란 게 인간에게 달라붙으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며 최소한의 힘을 쓰며 최고의 효율을 낸다. 이때는 ’자아‘란 녀석이 평소보다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다. 그 기분이 좋다. 정밀히 하면 ’자아‘가 없는 순간은 ‘그냥’ 움직이기에 생각하거나 느낄 틈도 없으므로 그 이후에 오는 기분이 좋다.
조금 이상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다운 나‘ 따위보다 100배는 좋은 ’나 없는 나‘의 세계다.
그런데…
4.
방금 전, 집에 들어와 나만의 수행(?!)을 하려 청소기를 돌리려는데 아아, 청소기가 고장나버렸다. 오랜기간 고치고 고쳐쓰던 다이슨이 맛 가버린 게다.
청소기에 의지해 지금껏 심심을(심신 아님. 신은 단련 안됨) 단련하던 스스로를 돌아본다. 더하여 이제 청소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음을 실감한다.
해서… 하고싶은 말은 이렇다.
”다이슨 청소기와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지만 당신은 너무 비쌉니다. 효율 좋은 청소기가 많이 쏟아졌을 지금, 대략 50만원 선에서 해결할 가성비 좋은 청소기 추천을 부탁 드립니다“

추신: 여기에 달린 댓글을 참고하실 분은 이 링크로.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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