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 8점
김경 지음/생각의나무


나는 인터뷰에 큰 매력을 느끼는 사람 중 하나다. 그리고 인터뷰 하는 걸 굉장히 즐거워한다. 굳이 인터뷰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 않아도, 누군가를 알아가고 또 그 속에서 스스로를 깨쳐 나간다는 게 매력적인 일이다. 역시나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굉장히 많다.

평전이나 기사보다 이런 인터뷰집에 더 눈이 가는 것은 아마도 대상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기 때문(또는 그러한 착각 때문)이 아닌가 한다. 마치 바로 앞에서 그녀를 바라 보듯, 때로는 같은 호흡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느낌마저 든다. 뜬금없지만 학창 시절, 교장선생님과의 면담기록을 학생회 기록부에 적는데 교련 선생님께 혼났던 기억이 난다. 

'환경 미화 주간, 각 학급은 교내외 청결을 강화할 것' 뭐 이런 식으로 적었어야 했는데 '교장 선생님 : 거, 구석탱이에 쓰레기가 많더라고. 그 좀 잘 치아야 안되겠나.(그리고 다리를 한번 꼬우시더니 담배를 무심)'이런식으로 적었다. 혼날만 했다.   
 
일단 이 책은 제목부터가 좀 끌리지 않나? 김훈과 싸이라니. 정치적인 이유 또는 이념적인 성향으로 김훈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을 테고 여러가지 시끄러웠던 사건으로 싸이를 싫어하는 사람 또한 많겠다. 싫으면 싫은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그들을 알아가는데 괜찮은 자료가 되지 않을까. 매력적인 사람들이 가득하니 후회하진 않을 듯하다.




12. 김훈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 바자 피처 에디터 김경 지음 / 생각의 나무

 

고려대 영문학과를 잠깐 다니긴 했지만 고졸인 그의 입사를 결정하며 한국일보 사장은 당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는 눈빛이 불량해서 기자는 할 수 있겠다. 에라 들어와라.”

 

 

김훈은 내가 아는 엘리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마초였다. 매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대다수 지식인들하고는 달랐다. 독도 약도 되지 않는 해설만 늘어놓을 뿐, 도대체 자기 생각이라는 걸 말하지 않는 한심한 지식인하고는 종자가 틀렸다. 그의 말은 어느 인문서나 혹은 신문 사설, 혹은 심포지엄 같은 곳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몸으로 느끼고 스스로 각성해서 얻어낸 진짜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편견에 반했고, 편견을 두려움 없이 말하는 그 솔직함에 흘렸다.

 

 

내 옷차림은 대체로 그러하니까, 나는 그저 톱 사이로 어깻죽지 부근의 문신을 적당한 타이밍에 노출시키면 그만이었다.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긍정적인 밥, 함민복

 

 

이건 정말 제가 처음 발견한 건데요. 왼쪽 손바닥을 펴보세요. 사람의 손금에 라고 쓰여 있어요” – 함민복

 

 

선을 하나 그을 때도, ‘내가 이 선에 대해 얼마만큼 책임을 질 수 있나?’를 고민합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긋는 것이 아니거든요. 선 하나로 다른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굉장히 중요한 문제죠. 사람이 일어나자마자 달을 보게 할 것인가, 해를 보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모두 건축가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지요. 그건 건축가로서 굉장히 두려운 것이기도 하죠.” –승효상

 

 

마르크시즘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마르크시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듯, ‘빈자의 미학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건축가가 빈자여야 한다는 생각은 아무래도 좀 어린애 같은 발상이다.

 

 

나도 효도하고 싶다. 하지만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서 결혼한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는 것 같다.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되는데, 결혼해서 행복할 자신이 있나? 아는 아직까지 행복할 자신이 없을 뿐이다. –신동엽

 

 

말하자면 자기 얼굴 지우는 데 12년이 걸렸는데, 그 몸 같은 건 아예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왜냐구요? 학문이란 자고로 어리석은 우민들에게 뭔가 쉽게 가르치기 위한 것인데, 지식인들은 잘난 척하려고 만날 어려운 말만 하니까요.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기라성 같은 대학에 가려면 공부만 잘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공부 말고는 거의 바보천치 수준이죠. 천한 말로 ‘x이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나밖에 모르고, 몸만 사려요. 그런 인간들이 높은 데서 큰소리 치니까 이 나라가 요 모양 요 꼴이라구요…”-싸이

 

 

 

문장수집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로, 발췌내용은 책or영상의 본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발췌기준 또한 상당히 제 멋대로여서 지식이 기준일 때가 있는가 하면, 감동이 기준일 때가 있고, 단순히 문장의 맛깔스러움이 좋아 발췌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당신의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독수리 타법에도 불구하고 떠듬떠듬 타자를 쳐서 간직하려는 한 청년을 상상해 주시길.

발췌 : 죽지 않는 돌고래 
타자 노가다 : Sweet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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