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 8점
한승원 지음/푸르메


세상에는 쓰는 시와 쓰여진 시가 있다.

서점에서 놀다가 책을 폈는데 이 구절이 나온다. '참으로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한문장을 얻은 것만으로 이 책의 가치를 충분히 느꼈다.   



17.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 한승원/ 푸르메

 

세상에는 쓰는 시(시를 쓸 목적으로 제작한 시)와 쓰여진 시(치열한 삶으로 인해 자기도 모른 새에 앙금 진 시)가 있다. 대개의 시인들이 시를 쓰는데, 나는 그렇게 쓰지 않는다. 내 삶의 농장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이삭을 줍듯이 시를 줍고 있을 뿐이다.

 

 

공작 수컷이 날개와 기다란 꼬리를 화려하고 우아하고 찬란하게 펼치며 암컷을 유혹할 때 뒤로 돌아가보면 그의 항문이 빨갛게 드러나 있다. 자기의 치부를 노출하지 않고는 아름다움을 한껏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글을 쓰려는 사람이, 자기의 치부를 노출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면 절대로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치부 노출을 거부하면 가짜 글이 된다.

 

 

네 할머니는 나하고 겸상하여 진지를 드시는데, 단단한 게 껍질을 우둑우둑 씹어 잡수신다.

-<진흙 소 이야기>-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세상의 어둠 읽어내는 눈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그 어둠을 빛으로 승화시키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더욱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사람들이 만든 빛이 만드는 어둠을 읽어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시 잘 짓는다고 소문난 그 선비는 왜 그런 거짓말을 하곤 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천재성을 노골적으로 자랑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글 잘 쓰는 천재들의 거짓말>중에서

 

 

인간처럼 교만한 동물은 없다.

사람들은 어떤 산을 한번 오르고 나서 그 산을 정복했다고 말한다. 한 바람둥이가 한 여자를 호텔로 데리고 가서 하룻밤 몸을 섞고 나서 그 여자를 정복했다고 말한다. 대개의 경우, 남성이 여성과 첫 관계를 가질 때 남성이 여성의 알몸 앞에서 무릎을 꿇는 체위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사실상 굴복이다. 사람이 산에 들어서려면 그 산의 질서에 순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리산 노고단 가는 길>중에서

 

 

옛날 남성들이 선보러 가서 여자를 만나더라도 선택해서는 안 되는 금기가 있는데, 하필 마루에 앉아 머리를 빗고 있는 것을 본 경우,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거나 빨래하고 있는 것을 본 경우이다. 그것은 남성을 유혹하는 행위이므로 보는 사람의 판단을 흐려지게 할 수도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나팔꽃 덩굴에 장대를 세워주면 그들은 그것을 타고 올라간다. 반드시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간다. 왜 왼쪽으로 오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올라갈까. 해바라기 잎사귀들도 첫째 잎사귀 둘째 잎사귀 셋째 잎사귀들이 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서 돋아난다. 그것은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소라고둥의 나선과 똑같다.

 왜 그럴까. 그것은 지구가 그렇게 돌기 때문이다. 우주의 율동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신통하게도 인간의 머리에 있는 가마도 오른쪽으로 돌고 있다.

 

 

문장수집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로, 발췌내용은 책or영상의 본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발췌기준 또한 상당히 제 멋대로여서 지식이 기준일 때가 있는가 하면, 감동이 기준일 때가 있고, 단순히 문장의 맛깔스러움이 좋아 발췌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당신의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독수리 타법에도 불구하고 떠듬떠듬 타자를 쳐서 간직하려는 한 청년을 상상해 주시길.

발췌 : 죽지 않는 돌고래 
타자 노가다 : Sweet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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