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동전의 양면.
재수 좋게 앞면만 보고 온 인간이 있다해도
언젠간 뒷면을 본다.



-



인간의 새로운 점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한 맛을 많이 느끼게 하는 인간일수록 빠져든다.
남들이 싫다 말하는 인간일수록
친구가 없는 인간일수록
극도로 혼자 있기를 즐기는 인간일수록
애써 가까이 지내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미 좋은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거나
인간관계가 괜찮은 인간은 재미가 없다.
밝혀낼 재미가 줄어든 느낌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은 누구에게나 있다.
인간의 관점에 따라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즐겁다.
가까운 사이라 해도 그런 부분은 반드시 있는 것이다.
자신이 자신을 완전히 모르는 것처럼.




그런 부분 중엔
영영 몰랐으면 좋았을 부분,
그리고
제대로 안다 생각했기에 오해했던 부분,
그리고
새로운 어떤 점을 알았기에 다른 부분이 재해석 되는 부분 등,
정말로 인간이라는 두발로 걸어다니는 기묘한 생명체에는
무궁무진한 재미가 가득하다.
남자는 남자로 즐겁고 여자는 여자로 즐겁다.
늙으면 늙어서 즐겁고 젊으면 젊어서 즐겁다.
그래서 나는 나조차 재밌다.
나를 연구하는 것조차 재밌다.




어쨌든
그러한 것들이 해가 거듭할 수록,
시간이 지날 수록,
하나하나 늘어간다.
매일 눈을 마주치는 사이라 할지라도
마치 오랜기간 숙성돼 그 맛을 더하는 와인처럼
뭔가 새로운 것이 자꾸 자꾸 쏟아진다.

때로는 나의 성장에 따라.
때로는 그의 성장에 따라.
그야 말로 끝이 없다.
정말로 인간이란 동물은 끝이 없는 우물이다.




개인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면만을 잔뜩 가지고 있는,
뭔가 세간의 관점에서 정상이 아닌 인간에게만
흥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식으로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아니다.
그건 찝찝하다.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인간을 알아가는 것 같으니까.
그런 면도 있지만 좋은 쪽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자체에 대한 순수한 관심같은 걸로.
여튼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단지 가끔 그것을 즐긴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때로는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즐겁다.
즐겁지 않은 부분까지 즐겁다.
때로는 위험해도 그것까지 즐겁다.




-





그래.
그것은 때론 상당히 위험하다.
위험한만큼 즐거운 것인지도 모르지만.





때때로
단지 한 인간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려고 시작했는데
나 자신을 잃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세상에는 내 에너지를 넘어서는 인간이 반드시 있고
아무리 오래 단련돼 온 인간이라도
전염되서는 안될 그 무언가를 전염시키는 인간이 있다.





이해해서는 안될 어떤 부분을 이해하려 하다가,
긴 시간을 두고 알아가야 할 것을
짧은 시간안에 무리하게 진행시키려 하다가
헤어나오지 못해 나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몇년씩이나 잃어버리기도 한다.
능력이 안되면 일단은 손을 놔야 하는데 무리하게 간 것이다.
최후의 보루인 자신만은 남겨두고 가야했는데 호기심 때문에
자신마저 버리고 따라 간 것이다.
그런 경우는 반드시 있다.
내 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넘어서는 인간의 경우는
역시나 스스로가 스스로임을 포기해야 한다.
그에게 모든 오감을 집중시키고
완전히 그가 되어도 이해할 수 있을지 말지 모르는 인간이,
반드시 있기 때문에, 나는 때때로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다.



-


그렇지 않아도 되는 순간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 듯 한데 그것은 어렵다.
참기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즐겁다.
벗어 날 수 없을만큼 중독인 것이다.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재밌는 것은 알만큼 안다고 생각하나
그래도 인간만큼 재밌는 것은 없었다.




언젠가 그렇게 죽을 지도 모른다.
나 이상의 인간,
손 조차 닿지 않는 인간,
내가 태어나면서 부터 쌓아온 모든 것이
그에겐 태어나면서 부터 가지고 있는 것에 불과한 인간.
그 악한 마음이 나의 선따위는 손쉽게 짓뭉갤 수 있는 것이라
나 따위는 개미보다 손 쉽게 쥐어터뜨릴 수 있는 인간.
쉬이 말해,
재력, 권력, 무력, 지력 따위로 나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이 도저히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인간,
그 매력이 도저히 냉철함을 유지할 수 없게 하는 인간.
그의 능력이
이미 씨앗 속에서 활짝 핀 꽃을 완벽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인간이 있을 수 있다.
순간의 눈빛에서 내 전생애에 걸쳐흐르는 마음의 움직임을
읽는 인간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잔인하기 까지 하면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인간을 이해하려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나 이상의 재능,
나 이상의 노력,
나 이상의 마음을 가진 인간이 반드시 있다.
(사실 있다 정도가 아니라 무수하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만)




어쨌든
아직은 그 정도까지의 위험은 없었던 탓인지-
내 호기심을 막아설만한 두려움이 없었던 탓인지-
아직 그런 인간을 만나지 못한 탓인지-
어쩌면
만났는데도 내가 눈치채지 못한 탓인지-




즐겁다.
그리고
재밌다.
인간이.








by 죽지 않는 돌고래 / 0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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